나만의 일기를 책으로 만들기 – 전문적인 프로그램 없이

2021년 초여름 쯤, 어떤 분이 본인 블로그에 일기를 쓰신 것을 봤다. 그 글을 보고 갑자기 일기가 쓰고싶어져서 노션에 그 해 3월부터 그 당시까지 있었던 일들과 그 때의 감정을 기억나는건 세세하게 적었었다. 나도 그 때 예상했었다, 작심삼일로 끝날 것 같다고.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일기를 매일 쓰진 않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은 나올 정도로 일기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점점 일기의 분량이 많아져 한 달 평균 10000자를 넘게 쓰게 되었다.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다짐은 한 적이 없다. 다만 나의 “그나마”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일기밖에 없기에 일기를 자주 열어보게 되었다. 일기에서도 나는 솔직해지지 못한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내가 겪었던 일들이 너무 창피해서, 혹은 내 속마음이 너무 깊어서.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쓰는사람이 버킷리스트에 <일기를 책으로 만들기(#82)>라는 항목을 추가했었다. 아마 내가 일기를 처음 써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쯤 이 항목을 추가하지 않았을까 싶다.

초등학교때 숙제로 일기가 나왔을때는 정말 일기가 쓰기 싫었다. 저학년때는 단순한 귀찮음이 일기를 쓰기 싫은 이유의 전부였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의 사생활과 감정을 선생님이라는 남에게(물론 선생님들 정말로 사랑하고 존경한다) 털어놓아야 할지, 그리고 보여줘야 할지, 이게 사생활 침해는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이 시키지 않아도, 나 스스로 귀찮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책으로 만들기

1. 글 정리하기

글쓰는사람은 노션에 일기를 작성하고, 6개월 단위로 일기를 끊어서 작성한다. 이에 1년 일기는 두 개의 파일로 나눠져 있고, 이 2개의 파일 안에는 그 해에 있었던 큰 사건 등이 따로 파일로 나와있는 경우도 생긴다. 다만 책의 경우 노션처럼 페이지 속 페이지 기능이 없기에 이런 페이지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이렇게 나눠져 있는 글을 한데로 묶어야한다. 글쓰는사람은 인디자인과 워드중에서 고민했지만 익숙한 워드를 선택했다. 인디자인은 2023년 일기를 책으로 만들때 써 보기로.

노션의 경우 글을 그냥 복붙하면 사진이 제대로 안 옮겨지고 워드로 바로 복붙하게 되면 사진이 있던 위치는 간격이 이상해진다. 

아, 노션에 글을 쓰기 전 일상에서 번뜩이는 일기 소재가 떠오를 경우 투두리스트에 그것을 적었다.

워드로 모든 글들을 옮겨왔으면 이제 글간 간격은 어떻게 할지, 폰트는 뭐로 할지, 제목과 글의 폰트 사이즈는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한다. 책같은경우 대부분 바탕과 같은 폰트를 사용하던데 글쓰는사람은 나눔고딕 폰트를 사용했다. 

워드를 쓴다면 단락 -> 한글 입력 체계 -> 한글 잘림 허용을 체크해주는것을 추천한다. 이래야 좀 더 시중에 팔리는 책과 같이 글자가 좀 더 빽빽하게 나오고 페이지 수는 줄어든다. 단점이라면 띄어쓰기가 들여쓰기 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정도. 

2. 인쇄처 찾기 & 크기 정하기

*광고 아니에요.

글쓰는사람은 작년에 이 과정때문에 일기를 책으로 내는 것을 실패했다. 글쓰는사람의 검색 능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최소 3권 주문에 권당 단가는 15000원을 훌쩍 넘기는 업체가 대부분이었다(=총 45000원, 부담될 수 밖에 없었다). 올해는 북토리랑 북메이크라는 업체를 알게 되어서 두 업체 중 어디를 선택할지 고민을 했었다. 북토리는 위와 같이 엄청나게 많은 옵션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하는데 뭘 골라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에세이 타입이 있는 북메이크를 선택했다. 인쇄처마다 특징, 가격 등이 다르니 본인 일기와 본인 취향에 따라 잘 선택해야한다.

글쓰는사람은 용지 크기를 153*225(신국판)으로 선택했다. 애초에 에세이 누르면 저 크기가 기본적으로 선택되기도 하고 평소에 못 보던 귀여운 크기일거같아서. 북메이크같은경우 이런 사이즈에 맞게 설정된 워드 파일을 제공한다. 글쓰는사람은 워드 파일을 다운받아, 위에서 정리해뒀던 일기를 붙여넣기하고 폰트 및 간격 등을 하나하나 수정했다. 한글 잘림 허용을 켜주면 단락 맨 앞에 띄어쓰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거때문에 글쓰는사람이 하나하나 띄어쓰기를 제거했다.

2021년 일기: 52페이지, 신국판, 2권, 표지컬러(아트지250g + 무광코팅), 내용 1페이지 컬러, 미색모조100g, 양면, 무선, 좌철 + 유료표지(3000원) -> 배송비포함 20,100원(처음 회원가입 시 2500원 적립금 있으니 이거로 하면 배송비정도는 안낸거로 칠 수 있다)

2022년 일기: 151페이지, 신국판, 2권, 표지컬러(아트지250g + 무광코팅), 내용 1페이지 컬러, 미색모조100g, 양면, 무선, 좌철 -> 배송비포함 25,200원

표지를 하드커버를 할지, 아니면 일반적인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무선을 할지 골라야하는데 취향껏. 당연히 하드커버가 더 비싸다. 북메이크같은경우 하드커버 옵션이 없어서(글쓰는사람이 찾아봤을땐 없었다) 양장할거면 북토리를 추천.

유료표지같은경우 글쓰는사람처럼 표지 디자인을 귀찮아하는 사람을 위해(정작 2022년 일기 표지는 직접 일러스트레이터로 2시간동안 만들었다) 판매하고 있고, 무료 표지도 있다. 글쓰는사람은 유료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유료 표지로 선택하긴 했다.

북메이크같은경우 특이하게 부분 컬러 제작이 가능하다. 다만 가격이.. 내용 전부 흑백으로 했을땐 15000원 정도인데 한 페이지만 컬러로 하면 25000원이 되어버린다. 전부 컬러는 2022년 일기(150페이지) 기준으로 45000원 정도.. 애초에 노션에 있는 사진 옮겨오기도 귀찮고 몇 장 되지도 않아서 그냥 챕터 시작할 때 있는 사진만 컬러로 인쇄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분컬러로 진행했다.

3. 글 편집하기 & 표지 만들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글들을 다듬고, 사진이 있으면 사진을 크기에 맞게 어떻게 잘 넣고, 폰트들을 조정해야한다. 알잘딱깔센..(요즘 z세대들 이런 단어 절 대 안쓴다. 그냥 써보고 싶었다. M하고 Z를 묶지 마세요.)

아래는 글쓰는사람의 설정이다.

* 작업시 모든 사진은 업체에서 전달해준 포맷대로(북메이크의 경우 cmyk), 그리고 표지글자는 윤곽선을 만들어줘야한다. 문자 -> 윤곽선 만들기.

글 설정
  • 노션 h1 -> 24pt, bold
  • 노션 h2 -> 18pt, bold
  • 노션 일반 글 -> 11pt

-> 조심해야할건 인쇄 업체에서 제공하는 가이드에 맞춰 여백 등을 설정해 줘야한다. 안그러면 원하는 사이즈랑 안 맞을 수 있고 꽉꽉 채워 쓰면 글자가 잘려나갈 수 도 있다!!

  • 첫 페이지 제목
  • 2페이지 일반 책들처럼 발행, 지은이, 전화, 이메일 등등 표기
  • 3페이지 제목
  • 4페이지 목차
  • 5페이지 프롤로그
  • 6페이지 챕터 소개(1장)
  • 7페이지~ 일기
  • 146페이지 부록(특별편)

글쓰는사람은 평소 일기를 쓸 때도 특별한 구성을 넣어놨다.

  • 6개월마다 일기 파일을 끊으니 6개월마다 6개월을 돌아보는 컨텐츠(rewind 2022 등)
표지 만들기

뭐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해서 만들어도 되지만, 정확한 mm계산이 필요한 작업에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 작업하는게 가장 편하다. 자신의 책 사이즈에 업체에서 준 가이드를 보고 여백 등을 설정하면 된다. 글쓰는사람은 업체에서 상하좌우 각각 3mm씩 여백을 주라고 해서 신국판 기준 159*221 + 책등으로 작업했다. 

주의할건 표지 따로, 뒤표지 따로, 옆에 따로가 아니라 모두 이어지는 형태로 인쇄가 된다. 

글쓰는사람은 표지에 들어갈 사진은 픽사베이에서 따왔고, 나머지는 모두 글쓰는사람 머릿속에서 어떻게 빼내서 작업했다. 어도비같은경우 학생할인 받으면 18000원 되길래 m2맥 구입할 때 바로 12개월 약정으로 구독했는데.. 부담돼서 해지하려고 보니까 글쓰는사람도 모르게 약정 걸려있어서 해지하려면 81000원을 내야했었다. 그래서 이왕 약정한거 뽕이라도 뽑으려고. 일러스트레이터를 왜 쓰는지 알 것만 같다. 글쓰는사람은 151페이지, 12만자 기준으로 이틀만에 작업을 끝내버렸다(내지 및 표지).

완성

2021년 일기는 50페이지, 2022년 일기는 150페이지가 나왔는데 150페이지 정도는 돼야 진짜 책같다. 50페이지는 뭐랄까 그냥 중간에 스테이플러 찍은 책 비슷한걸 굳이 어거지로 책으로 만든 느낌? 오히려 표지를 디자인할때 150페이지 책등이 0.8mm인지라 불안해서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었었는데 150페이지짜리는 진짜 책처럼 나왔다. 낫배드.

이게 150페이지짜리이다. 낫배드.

1페이지만 컬러로 인쇄되게 설정했는데(거금을 들여서)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다. 15000원과 25000원의 차이였는데 굳이 컬러를 넣은 이유가 그냥 내마음. 별다른 이유 없다. 저 사진이 없으면 일기가 너무 황폐해지고 그래서. 아, 용지도 다르게 설정했는데 왼쪽이 미색모조이고 오른쪽이 일반모조다. 미색보조가 개인적으로는 읽기도 편하고 그냥 시중에 파는 책이랑 비슷해서 2023년 일기는 미색모조로 인쇄할 예정이다. 

부분컬러로 인쇄하려면 2부 이상을 제작해야하는데 그래서 총 4부를 제작했다(2022 2부 + 2021 2부). 

표지도 나쁘지 않게 나왔다. 왼쪽은 직접 디자인하기 귀찮아서 북메이크의 유료 표지를 3000원 내고 사용했는데 책의 두께가 얇아서 그런지 좀 어색하다. 지금 드는 생각은 북메이크 유료 표지를 2022년 일기에 넣고 2021년 일기에 직접 디자인한 표지를 넣는게.


일기, 그 일후

워드로 작업한 결과물이 아쉬워서 인디자인으로 계속 작업해주고 있다. 1월 일기까지가 38페이지니 대충 계산해봐도 2023년 일기는 200 페이지 이상 나올 것 같다. 어차피 전부 컬러로 인쇄할거 사진도 아낌없이 넣어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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